여유(모셔온글)

선운사에서 - 최영미

서장대 2014. 5. 8. 06:08

꽃이
 
피는 건 힘들어도
 
지는 건 잠깐이더군
 
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
 
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
 
아주 잠깐이더군.

 
 
그대가 처음
 
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
 
잊는 것 또한 그렇게
 
순간이면 좋겠네.
 
 

 
멀리서 웃는 그대여.
 
산 넘어 가는 그대여.

 
 
꽃이
 
지는 건 쉬워도
 
잊는 건 한참이더군.
 
영영 한참이더군.